요리하듯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선한 채소를 골라 맑은 물에 흙을 헹구어 내고, 음식에 맞게 손질하여 어울릴법한 조미료를 적절한 순간에 넣고, 적당한 방식으로 조리하듯 말이다. 요리는 ‘맞게, 어울릴법한, 적절한 순간, 적당한 방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만, 글은 긴장하고 의식해야만 겨우 쓸 수 있다. 따라서 한 문장에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설령 마침표를 찍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수차례 다시 읽고 고쳐 쓰니까.
최근 문장에 쫓기고 짓눌리는 듯한 기분으로 글을 쓰면서, 이대로 이어 나가도 괜찮은지 회의감이 들었다. 회의감은 시야를 흐리고 우울로 번지더니 급기야는 일상을 둔하게 만들었다.
허우적대고 있을 무렵 남편이 한 사이트에 내 요리를 설명하는 글과 몇 장의 사진을 올렸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호응과 호기심에 적잖이 놀랐다. 블로그에도 다양한 독자가 생겼다. 당초에는 수치를 확인하면서도 도무지 실감 나지 않다가 점차 상황을 인지하자 정신이 들었다.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야 했다. 일단 회의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야 했다.
감정이 지난 길을 차분히 좇았다. 생각보다 길은 단순했으며 출발점은 가까웠다. 한 번도 음식을 맛보지 않은 사람에게 직접 요리하지 않고 음식의 맛과 조리 과정을 설명하려면, 글로 요리하는 수밖에 없다. 글은 요리만큼 익숙하지 않으니 더 신경 쓰이고 어려웠으리라. 그렇다면 오히려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기 위해 더 많은 글을 쓰며 난감해하고 때로는 실수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이들에게 감사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