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컵 = 250 ml = 대략 1.5 일회용컵
1 큰술 = 15 ml = 대략 1.5 밥숟가락
1 작은술 = 5 ml = 대략 0.5 밥숟가락
함께 간 첫 여행길,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핸드폰에 손과 눈을 고정한 채 지도를 바라보며 낯선 길을 걸었다. 정확히는 지도 속에서 걷고 있었다. 그러다 지쳐서 목적지 따위 지도 따위 알 게 뭐냐며, 양팔을 질척한 발걸음에 맞춰 흔들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처음에는 분명 무념무상이었는데 걷고 걷다 보니 걷고 있는 길이 보였고 우리의 기분이, 미지의 영역에 와 있다는 실감과 설렘이 보였다. 목적지는 뿌옇게 되었고 종아리와 발바닥은 뜨거웠는데, 발걸음과 정신은 되레 또렷했다. 지도에 매이지 않으니 어디든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여행이라는 범주에서 각인되었다. 아마 우리가 지도에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미지의 영역에서 오는 불안감, 함께 하는 이에 대한 배려, 시간을 충실하게 쓰고 싶었던 마음의 반증이지 않았을까.
낯설고 새로운 요리에 ‘어떤’ 이가 적어둔 재료와 조리법이라는 좌표를 따라가 ‘어떤’ 음식이라는 목적지에 이르러 닿는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찾아보는 사유에 있어서 레시피는 지도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레시피는 여러 방면으로 유용한 정보이고 개인적으로는 레시피를 기록하고 살펴보면서 요리가 더 즐거워졌다. 이렇게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으니 더 각별하다. 다만, 이에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다 보면 요리가 피곤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길에서의 실수와 같이.
이따금 요리책이나 저장해둔 레시피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한 뒤에 마트나 시장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 혹은 충분히 재료를 돌아보며 계절을 감각하고, 사고 싶은 것들을 장바구니에 그득 넣어서 집에 돌아와 무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든지. 어떤 날은 레시피에 반항해서 원하는 무언가를 잔뜩 추가하거나 새로운 재료로 바꿔치기하는 것도 좋겠다. ‘어떤’ 목적지든지 간에 가는 길이 즐겁고 다다른 곳이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