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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기 전, 사적인 기록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괜찮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솔직해지자면 여전히 마음 한 귀퉁이에는 염려와 주저함이 있다. 자존감이 충분치 않다 보니 생각을 내비치는 것이 익숙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기운이 채워지는 것과 동시에 소모되는 양도 만만치 않아서, 누군가 읽게 될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이 주체스러웠다. 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점도. 여러모로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블로그에 대해 권유했지만 앞서 얘기한 이유로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파리로 오게 되면서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고 생각을 내비치는 것이 이전만큼 어렵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모 보다 채움에 주목할 무렵, 남편의 제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전에 해오던 기록을 보다 나은 방식으로 바꾸면서, 나를 더욱 자주 노출 시키는 것, 그리고 부족하겠지만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어떤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니 시작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 겪을 실수와 모자란 점이 나뿐만 아니라 어떤 이에게도 미흡하면 미흡한 대로 나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고 조심스레 생각하면서.

한 귀퉁이의 염려와 주저함은 여전해서 어쩌면 더디게 갈지도 모르겠지만, 되도록 힘을 빼고 꾸준하게 무언가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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