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spoon

가스레인지 옆에는 나무 수저가 하나 꽂혀있다. 닳아서 끝이 고르지 못하고 뭉뚝한 데다가 일부분은 그을려 거뭇거뭇하다. 여느 집에나 있을 법한 값싸고 평범한, 낡은 나무 수저이다. 만일 누군가 칠이 고르고 질 좋은 값비싼 수저로 바꾸어 준다고 하더라도 낡은 수저로 요리할 때와 같은 마음일 수는 없을 것이다. 만들어낸 음식의 수 만큼, 적지 않은 시간에 걸쳐 서서히 수저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낡은 나무 수저와 같은 익숙한 것들은 터줏대감처럼 곳곳에서 부엌을 지킨다. 아마도 부엌의 모습이 이리도 정겨운 것은, 요리할 때 나답다 느끼는 것은 손에 익은 도구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기 밥솥

살림을 장만할 때 전기밥솥 대신 압력솥, 가마솥, 도기솥을 두고 고민하다 도기솥을 들였다. 여태껏 다른 밥솥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만족하며 쓰고 있는 셈이다.

뚜껑이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물이 넘치지 않아 편리하다. 오른쪽의 작은 솥은 왼쪽의 큰 솥에 비해 두께가 얇아 밥이 고슬고슬하게 지어지고, 큰 솥은 작은 솥보다 두껍고 묵직해서 밥이 차지게 지어진다. 큰 솥은 크기와 깊이가 적당해서 찜이나 조림 같은 따뜻한 음식을 담을 때도 사용한다. 두 솥 모두 일본 제품이고 한국에서 구매했다.

뚝배기

한국에는 뜨-겁게 먹는 문화가 있다. 뚝배기는 두툼하여 음식이 잘 식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중요한 조리 도구이자 식기이다. 용암처럼 끓는 찌개나 국, 탕이 뚝배기에 담겨 상에 오른다. 꼭 국물 종류가 아니더라도 비빔밥이나 촉촉한 음식을 담아 뜨겁게 먹기도 한다. 한국 가정이나 식당 어느 곳에든 뚝배기를 볼 수 있지만 아마 가장 많은 뚝배기를 볼 수 있는 곳은 국밥집일 것이다. 사람들 앞에는 김이 솟아오르는 뚝배기가 하나씩 놓여 있다. 사람들은 뜨거운 밥을 뜨-거운 국에 푹푹 말아 대충 두어 번 불고는 괴로운 표정으로 흐르는 코와 땀을 닦아가며 정신없이 먹는다. 탄성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와 함께 말이다.

해외에 살면서 한국의 뚝배기 문화가 그리워 적당한 것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제품이다. 2~3인분의 찌개를 끓이기에 알맞은 크기이고 솥이 두껍고 튼튼하다. 끓고 있는 찌개를 식탁에 올리면 온기가 더해진다. 보통 국그릇을 따로 내어 먹고 싶은 만큼 국자로 조금씩 덜어 먹는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따뜻한 국을 들이킬 수 있어 좋다. 일본 제품이고 싱가포르의 무인양품에서 구매했다.

Staub 꼬꼬떼 찜기 세트

빵을 굽거나 찜을 할 때, 육수를 끓일 때, 떡이나 쌀을 찔 때 사용한다. 크기가 넉넉하고 찜기가 함께 있어 쓰임이 좋다. 관리가 편해 손이 자주 간다. 프랑스 제품이고 프랑스에서 구매했다.

직화 구이팬

주로 채소를 굽거나 빵이나 떡을 구워 먹을 때 사용한다. 아침을 빵으로 먹는 날이 많아 거의 매일 같이 사용한다. 일본 제품이고 한국에서 구매했다.

면포

액체를 곱게 거를 때 사용한다. 수정과를 만들거나, 앙금을 내릴 때, 즙을 짜낼 때, 육수를 거를 때 주로 사용한다. 체에 면포를 깔고 고기나 멸치 육수를 거르면 맛이 한결 깔끔해진다. 한국 제품이고 한국에서 구매했다.

채반

채소나 곡식을 말릴 때 사용한다. 양파를 손질하면서 나온 껍질이나 파 뿌리를 깨끗이 씻어 바짝 말려두었다가 육수를 낼 때 사용한다. 싱싱한 제철 채소를 말려 나물로 먹기도 한다. 쌀을 불린 후 말렸다가 쌀 가루로 만들어 김치 풀을 쑤거나 떡을 만들 때도 사용한다. 촘촘한 것은 한국 제품이고 한국에서, 성근 것은 싱가포르에 베트남 용품을 파는 상점에서 구매했다.

나무 수저와 젓가락 그리고 조리 도구

나무의 거칠고 따뜻한 질감을 좋아한다. 스테인리스 도구도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것은 나무 도구이다. 냄비나 입에 닿을 때 위화감이 없다. 수저와 젓가락, 도구의 대부분은 한국의 옻칠 공방에서 구매했다.

미니 프로세서

한식에는 마늘이 들어가는 음식이 많다. 조사에 의하면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이탈리아의 6배 정도라고 한다. 마늘을 요리할 때마다 손질해 넣으면 좋겠지만 자주 사용하느니만큼 번거로워서 생으로 사용할 일부를 제외하고 갈아 둔다.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고 조금씩 꺼내어 사용한다. 이전에는 매번 칼로 다지다가 프랑스에서 적당한 사이즈가 보여 구매했다. 마늘뿐만 아니라 견과류, 건어물을 갈거나 양념을 만들 때도 유용하다. 프랑스 제품이다.

키친 슬라이스

전을 부칠 때, 무채를 썰 때 주로 사용한다. 김치나 무생채를 담글 때 요긴하다. 강판, 굵은 채칼, 가는 채칼, 슬라이스 채칼 4가지로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일본 제품이고 한국에서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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