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갈무리, 쥬키니
Finishing Up Summer, Zucchini
 Zucchini

시장에서 쥬키니와 가지가 싱싱한 것이 보이길래 사다가 볕이 잘 드는 곳에 말렸다. 이 여름을 마무리 짓고 다가올 가을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막 마친 것 같았다. 아쉽고도 개운한 기분이다. 찬 바람 불어올 때 한 줌씩 꺼내어 밥도 지어 먹고 볶아도 먹다 보면 이 여름의 기억도 곱씹게 되지 않을까.

해외에 살다 보니 애호박보다는 싱싱한 쥬키니를 구하기가 조금 더 쉽다. 쥬키니는 애호박과 비슷한 듯 하지만 달라서 같은 방식으로 조리하면 맛이 묘하게 어색해진다. 익혔을 때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애호박과 다르게 쥬키니는 겉이 살짝 질깃한데 안은 물컹하게 입안에서 으스러져 버린다. 하여, 쥬키니를 먹을 땐 좀 더 신경 써서 요리한다.

국에 넣을 때는 중간의 씨를 파내고 굵게 썰어서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넣고,

나물로 먹을 때도 국에 넣을 때와 마찬가지로 씨를 파내고 적당한 두께로 썰어 소금에 절였다 볶는다. 아예 말려서 호박고지로 만든 다음, 미지근한 물에서 부드럽게 불리고 볶거나.

혹은 마르게 구웠다가 한 김 식히고 무쳐 먹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함께 놓이는 반찬에 따라 다른 양념으로 무친다. 싱싱한 것일수록 슴슴하게 무치는데, 집간장과 들기름, 약간의 다진 마늘이면 충분하다. 구우면서 올라온 은은한 단맛과 쥬키니 특유의 껍질에서 오는 오독거리는 식감이 좋다.

Recommended

구독 신청

새로운 소식을 전달해드립니다.

만든이들

Developed by이은재

Designed by정민지

© mere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