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주식인 밥, 부식인 국과 반찬으로 상차림이 구성된다. 소복이 공기에 담긴 밥 옆으로는 김 나는 국 한 사발이 나란히 놓이고, 밥과 국 앞으로는 먹음직스러운 반찬 몇 가지가 놓인다. 간간한 국은 입안에서 슴슴한 밥과 짭짤한 반찬을 섞으며 어우러지는 맛을 만들고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도록 돕는다.
국은 다양한 형태를 이리저리 넘나들며 명칭을 달리한다. 국물량에 따라 국, 탕, 찌개, 전골, 지짐이가 된다. 음식 가짓수 또한 상당하다. 국은 밥상에 함께 놓일 음식과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변한다.
어떤 국이든 간에 단연 국물 맛이 중요하다. 국물량이 많고 국물이 맑을수록 확연히 드러난다. 채소, 생선이나 고기 등의 주재료에 ‘물’을 붓고 간을 맞추어 끓이면 국이 된다. 하지만 국물 맛을 더욱더 좋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조리하거나, 혹은 다른 재료를 우린 ‘밑국물’을 물 대신 넣는다.
건조된 멸치와 다시마는 국물 맛을 좋게 하는데 사용하는 대중적인 재료다. 고유의 맛은 건조로 인해 농축되었으며 보관은 쉽다. 또한 간을 맞추는 기본 조미료인 된장, 고추장, 간장과도 잘 어울린다. 사시사철 물에 풀어져 갖가지 맛을 포용하는 푸근한 재료다.
[요약]
건조된 멸치. 국물 멸치로는 대멸과 중멸이 있으며 그 밖에는 소멸(볶음멸치), 자멸(볶음멸치), 세멸(잔멸치)이 있다.
[용도]
국물 요리, 맛간장, 김치 등에 감칠맛과 단맛을 더한다. 부재료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멸치 자체가 고소하고 짭짤하기 때문에 무침, 조림 등으로 만들어 밥반찬으로 먹는다. 혹은 바싹하게 구워서 술안주로 즐기기도 한다.
멸치로 국물 맛을 내는 몇 가지 잘 알려진 방법이 있다. 요리할 때 통째로 넣는 방법. 멸치를 우린 밑국물을 사용하는 방법. 가루 내어 넣는 방법.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멸치를 통째로 넣으면, 따로 국물을 우리지 않으니 시간이 절약된다. 게다가 하나씩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물에 간을 맞추기 위해 넣은 양념이 멸치에 알맞게 밸뿐더러 본래의 질깃했던 식감은 양념과 수분을 머금어 부드럽고 쫄깃하게 탈바꿈한다. 하지만 장시간 가열하는 요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칫 멸치 살이 풀어져 국물이 탁해지고 쓴맛이 날 수 있다. 멸치는 사용 전 간단한 손질이 필요하다. 쓴맛을 내는 내장과 머리는 떼어내고, 마른 팬에 볶아서 남은 수분과 함께 잡내를 날린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 써서 손질하더라도 일정 시간 이상 가열하면 멸치 자체에서도 쓴맛이 우러난다.
밑국물을 만들어 요리에 사용하면, 준비 시간은 길지만 가열 시간에 상관없이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멸치를 장시간 가열하면 쓴맛이 난다. 반대로 단시간 가열하면 멸치 맛은 충분히 우러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쓰지 않고 맛있는 밑국물을 만들 수 있을까? 장시간 찬물에 담그고 단시간 가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멸치에 찬물을 붓고 10시간 정도 냉장고에 두면 녹차같이 가볍고 산뜻한 단맛이 난다. 내용물을 그대로 냄비에 붓고 중강불에 올려 끓기 직전이 되면, 불을 중약불로 줄인다. 10~15분 정도 끓지 않도록 가열한 뒤 면포에 거르면 깊고 깔끔한 맛이 난다. 만든 밑국물은 소분하여 얼려 두었다가 물과 섞어 사용한다.
멸치를 가루 내 사용하면, 간편하게 맛을 낼 수 있다. 미리 넉넉히 갈아두면 더욱더 편리하다. 하지만 가루가 국에 풀어지기 때문에 국물량이 많고 맑은 음식보다는 찌개나 지짐이같이 되직하고 탁한 음식에 잘 어울린다.
[보관]
밀봉하여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만들어지는 과정]
갓 잡은 멸치는 소금물에 삶고 어망에 펼쳐 햇볕이나 건조기에 뒤집어가며 말린다. 삶는 과정으로 산패하기 쉬운 기름과 미생물을 제거하고 효소작용은 정지시킨다. 또한 살이 단단하게 익어 말리기 수월해진다.
[요약]
건조된 다시마
[용도]
국물 요리, 맛간장, 김치 등에 은은한 감칠맛과 단맛 그리고 산뜻한 바다 내음을 더한다. 튀각으로 만들어 간식으로 즐기거나 조려서 반찬으로도 먹는다. 묵은 쌀로 밥을 지을 때, 작은 조각을 넣어 지으면 밥에 윤기가 돌고 단맛이 난다.
다시마는 보통 밑국물로 만들어 사용한다. 멸치처럼 깊고 구수한 맛은 없지만 외려 가벼운 맛이 장점이다. 튀지 않고 무난하기 때문에 폭넓게 사용한다. 다시마는 특성상 멸치보다 단시간 우려 맛을 낸다. 장시간 찬물에 담가 두거나 일정 시간 이상 가열하면 끈적한 점액질을 뿜어낸다. 점액질은 국물을 탁하게 만들고 걸쭉한 질감을 내기 때문에 되도록 나오지 않도록 하여 밑국물을 만드는 게 좋다. 과정은 멸치와 거의 같다. 먼저 다시마에 찬물을 붓고 15~30분간 둔다. 내용물을 그대로 냄비에 붓고 중강불에 올려 끓기 직전이 되면 불을 중약불로 줄인다. 5~10분 정도 끓지 않도록 가열한 뒤 다시마는 건져낸다. 찬물에 불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가열하거나 혹은 가열하지 않고 찬물에 3시간 정도 담가 두기만 해도 감칠맛은 우러난다. 하지만 깊은 맛은 덜하다.
[보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밀봉한 후, 서늘한 상온에 보관하거나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