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뭇국
Honghap-Muguk (Mussel Radish Soup)
Mussel Radish Soup

공기가 가라앉고 찬바람이 일면 뜨끈한 뭇국이 떠오른다. 잘 여문 무로 끓인 국과 밥, 김치가 놓인 식탁을 떠올린다.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요즈음 한국 날씨, 한국의 익숙한 거리와 풍경, 지금 나와 같이 뭇국을 생각하며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

조선무. 둥그런 생김새에 큼지막하고 묵직하다.

뭇국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무렵 수확한 무로 끓이면 더욱더 맛있다. 한국의 가을과 겨울은 건조하고 서늘한데, 무는 추위를 견디면서 조직이 단단해지고 당분과 영양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국에 넣으면 무르지 않고 먹기 좋은 식감으로 풍성한 맛을 낸다.
맛이 좋으니 뭇국뿐만 아니라 여러 음식에 주·조연으로 등장한다. 김치, 조림, 반찬, 밥, 장아찌 등 다양하다.

해외에 살면서 한국의 무와 완벽하게 대칭되는 무는 아직 찾지 못했다. 대신 '비슷한 성격'을 가진 몇 가지 무를 이래저래 사용한다. '비슷하다'는 의미대로 어떤 부분은 닮았지만, 어떤 부분은 확실하게 다르다. 저마다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무와 같은 방식으로 조리하면 맛이 어색해지기 쉽다. 각 무의 성격에 어울릴 것 같은 음식을 택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찾아 조리한다.

주로 사용하는 무는 왜무, 순무, 래디시, 검은무이다.

왜무 무생채

왜무는 조직이 적당히 단단하고 수분이 많아 생채 요리에 잘 어울린다.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식초와 설탕으로 간하여 아삭하고 시원하게 먹는다. 혹은 단무지로 만든 다음 무쳐서 반찬으로 먹거나 김밥에 넣어 먹는다. 김치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만들고 나면 식감이 좋지 않고 맛도 어딘가 휑뎅그렁하다.

순무 김치

순무는 조직이 적당히 단단하고 수분이 적으며 알싸한 맛이 난다. 조선무와 생김새가 비슷한 것은 왜무지만, 요리해보면 맛은 되려 순무가 비슷하다. 질 좋은 순무로 담근 김치는 맛이 좋다. 다만 가을 겨울의 조선무보다 조직이 연해서, 김치를 담글 때 무를 신경 써서 고르지 않으면 쉽게 물러진다. 사과를 갈아 넣어도 발효가 빨리 진행되어 금방 물러진다. 김치 외에도 국, 조림, 나물, 절임, 장아찌,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익히거나 절이면 특유의 알싸한 맛은 적당한 만큼만 남고 대부분 사라진다. 어린 순무의 무청도 좋다. 보통 김치를 담글 때 함께 넣는다. 혹은 데치거나 말려서 국이나 반찬으로 요리한다.

래디시 물김치

래디시는 봄을 연상시키는 맛을 낸다. 크기가 작고 조직이 연하며, 아주 약간의 알싸함이 산뜻하다. 물김치로 담그면 깊은 맛은 없지만 가볍고 산뜻해서 좋다. 나물이나 국으로 먹기도 하고 새콤하게 절여서도 먹는다.

배추김치

검은 무는 조직이 적당히 단단하고 수분이 적으며 알싸한 맛이 강하다. 배추김치를 담글 때 김칫소에 조금 섞어 넣으면, 익어감에 따라 톡 쏘는 시원한 맛을 낸다. 맛이 강해서 다른 요리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로 한식을 만들면 꽤 익숙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맛이 난다. 조용히, 너무 튀지 않게 고유의 성격이 드러난다. 미묘한 차이는 신선함을 준다.

하지만 늘 맛있는 음식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애매한 음식도 제법 만든다. 재료가 낯선 만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재료의 성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음식의 맛은 좋아진다.

글의 끝자락에서 이런저런 물음이 떠오른다.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앞으로 어떤 식재료를 마주하게 될까. 그들로 어떤 요리를 하게 될까. 또 어떤 그리움을 만들까. 한국 무의 맛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이곳의 무들도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금 찾아 헤맬까.

무는 껍질을 벗기고 나박나박 썬다. 파는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의 크기로 자른 뒤 반을 가르고 또 반을 갈라 길쭉하게 썬다.
홍합은 족사를 떼어내고 비벼가며 씻는다. 더러운 이물질은 홍합끼리 문질러 닦고 깨끗한 물로 헹궈낸다. 손질한 홍합에 청주를 넣고 뒤적인다.
냄비에 물을 붓고 센 불에 올린다. 물이 펄펄 끓으면 홍합을 넣고 가볍게 뒤적인다.
뒤적인 뒤 거의 바로 건진다. 1분이 채 되지 않도록 살짝만 데친다. 홍합 데친 물은 그대로 두었다가 국을 끓일 때 사용한다.
건져낸 홍합은 살을 발라낸다. 입구 쪽 관자를 끊어 홍합살이 찢어지지 않도록 한다.
홍합 데친 물을 센 불에 올린다. 펄펄 끓으면 무를 넣는다.
무가 살캉하게 익으면 대파와 홍합, 다진마늘을 넣고 가볍게 젓는다.
다시 끓기 시작하면 소금을 넣어 간하고 불을 끄고 마무리한다.
만든 과정
2~3 인분
g
/

홍합 300 g
청주 1 작은술
750 mℓ
200 g
대파 약간
다진 마늘 ½ 작은술
소금 1 작은술

1. 재료 준비하기

2. 홍합 데치기

3. 뭇국 끓이기

*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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